제2화 <액비 단톡방>
액비를 담그는 것은 송화가루가 날리는 5월 하순 경이 적절하다 -쿱액비 제조서 '액비보감' 中
지난 이야기 제1화 <쿱액비의 탄생 in 구례>
5월 19일 구례, 5월 20일 홍성에서 각각 올해 치 쿱액비 제조가 시작되었다. 액비는 첫 100일 간 아침 저녁으로 젓고 상태를 살펴야 하는 미묘하고 까다로운 작업이기에 쿱액비의 원조 김근호 생산자의 지도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구례와 홍성 액비, 그외 권기백 님의 유기 참외 생산지에서 액비 상황을 보고하고 모니터링 하는 액비 단톡(단체카톡)방 이 열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5월 21일(구례액비 2일차)_오전 11시53분
구례와 홍성의 액비 어미들은 미생물 아가들을 잘 돌보려는 의지와 활력에 충만하다.
매일 아침과 저녁, 때로는 점심까지 10톤들이 액비통을 젓고 사진과 동영상을 까똑~ 방에 부지런히 올린다.


류덕교: 당밀 넣으니 미생물 밥 먹는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김일오: 과수용도 당밀 먹고 기운차린 것 같습니다.
단톡방의 응원세력도, 쿱액비의 시작을 열렬히 응원했다.
응원 1: 매일매일 정말 애쓰시네요.

응원 2: 왓따! 따봉!

응원3: 낙지 드시고 힘내셔요!
이르게 찾아 온 폭염은, 액비 제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커다란 변수였다.
김근호 지도위원은 이에 액비어미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김근호: 한낮온도가 여름이 되어서 미생물이 당밀 먹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요즘 같은 온도는 잘 관찰해야 합니다.
5월 22일(구례액비 3일차)_오후 1시 15분


류덕교: 고초균 투입 후입니다. 쌀겨가 가벼워 아직 가라앉지 않네요. 활동이 둔해 보입니다.
김근호: 당밀 20~30말 넣으세요. 요즘 날씨가 특이한지라 뜸들이다가는 미생물 죽이기 딱 좋습니다.
그래서 당밀 더 넣는 겁니다.
5월 22일(구례액비 3일차)_오후 6시 15분
구례액비의 상태가 활동이 희박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김근호: 약해요.

김근호: 넣어요.

김근호: 고초균을.

김근호: 구례 내일 당밀 넣을 때 혈분도 몽땅 털어 넣으세요.
유기농 쌀겨도 준비했다가 당밀 넣을 때 탱크당 한바가지씩 넣어 주세요.
5월 23일(구례액비 4일차)_오후 7시 40분
발효 초기 미생물의 먹이가 부족하면 발효는 중단될 수 있기에
긴급 당밀 투입이 결정된다.

김근호: 오늘까지만 고온이라니 내일부터 정상 발효되겠지요.
혹시 교반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김근호 지도위원은 고심한다.

김근호: 교반기에 미생물이 다치나....?
교반기 제거하고 에어(에어건)로 저으세요.
저속회전의 교반이 아니라 현재 건 회전이 제법 있는 거라서...
분당 60회전이 넘으면 안 되는데...
5월 26일(구례액비 7일차)_오후 9시 19분

정찬율: (동영상 보고)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김근호: 비 상 사 태!!!
혈분이 구실을 못해서 선지가 되어 버렸어.
열 받아!!!
돈은 돈대로 들이고
자칫하면 과수용과 채소용 성분이 똑같아지는데.
(채소용이 질소비율이 더 높아야 함)
앞으로 이런 혈분은 섞어띄움비나 액비 담을 때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구례액비의 문제가, 고온건조된 혈분 원재료 때문임을 알게 된 김근호 지도위원,
분노이모티콘(그런데 귀엽다는 게 함정 ㅋ)을 대방출하며 카톡방에서 포효!!!!

김근호: 아유, 열 받아!!!

김근호: 부숴 버릴 거야!!!!
혈분은 저온건조된 것이라야 합니다.
저온건조된 피는 식물이 먹는 보약, 고온건조된 피는 개가 먹어서 보약인 것을...
5월 27일(구례액비 8일차)_오전 9시 25분
긴급조치로 구례액비가 고비를 넘기는가 ????

류덕교: 쌀겨와 당밀 투입 후 약간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
5월 27일(구례액비 8일차)_오후 5시 18분

류덕교: 젓기 전 상태. 힘이 없어 보입니다.

김근호: 부패!
내일 당밀 15말과 고초균 15봉 생협막걸리 10명 이스트 넣고
에어막대로 바닥층을 1cm 간격으로 조밀하게 쏴서
뭉쳐 있는 고기덩어리를 충분히 깨 주어야 살아납니다.

김근호: 혈분이 고깃덩어리 형태로 바닥층에 응고되어 있다가
설상가상 교반으로 충분히 닿지 않아 부패가 시작되었습니다.
응원1: 진정 화타편작을 능가하는 미생물의 아버지이십니다.
존경스러워요. ㅜㅠ

5월 28일(구례액비 9일차)_오전 8시 57분

김근호: 오늘 중으로 살려야 합니다.

김근호: 교반기 제거. 구석구석 찔러

김근호: 낼 기포장치를 각 통에 설치합시다.

정찬율: 아주 링거를 다는군요...

김근호: 포도당 주사를 맞혀서 살려야죠.
하필 공휴일에... 급해요.
미생물에게 요일 가르쳐 줄 수 없으니... 사람이 맞추는 수 밖에...
5월 29일(구례액비 10일차)_오전 8시 24분
구례액비 어미는 김근호 지도위원의 천안 생산지에 와 아래와 같이 생긴 기포기를 공수하여
구례액비를 살려 보려 힘쓰는데...

정찬율: 콤프레셔 전기 설치 안전하게 하세요.
비 와도 감전사고 등 나지 않도록...

김근호: 당밀 130말 투입 후 ph측정(산도측정) 3.8 정도면 숙성단계로 넘겨야 합니다.
살릴 수 있다, 살려야 한다.
지속가능한 아이쿱 친환경 생산이 여기에 달려 있기에...
살아나라, 쿱액비!
당밀 추가 투입, 혈분 원재료 문제, 교반시설 교체, 기포기 링거줄...
갖가지 방법으로 희미해져가는 구례 액비의 호흡을 잡기 위해
액비어미들과 김근호 지도위원의 사투는 계속되고,
마침내 지도위원은 최후의 수단, 대수술인 "통돌이"를 결심하는데...
과연 통돌이 수술은
꺼져 가는 구례 액비를 살릴 수 있을지?!!
2화 마침...
다음 이야기 3화_<액비향기 바람에 날리고>
to be continued...
p.s. 내용 중 액비 동영상과 스틸사진을 한 장 사용했습니다만, 실제 단톡방에는 매일매일 지역별, 통별로 각기 다른 사진과 동영상이 십여 장 이상 올라왔습니다. 미생물의 신묘함을 모르는 아둔한 기자의 눈은 차이를 읽지 못했지만 미생물을 매일매일 보살피는 생산자님들은 사진과 영상만 보고도 거품의 양과 빛깔, 색과 소리, 심지어 카톡에서 제공되지 않는 액비 냄새까지 맡으셨습니다. 땅을 살리고 생명을 기르는 아이쿱생산자님들의 끊임없는 노고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글, 사진_임정은(아이쿱시민기자, 강서iCOOP생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