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쿱액비의 탄생 in 구례>
2016년 5월 19일.
선임기자 Y와 어리바리 1년차인 나,
김근호 생산자 님을 동행 취재하기 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본래는 배 밭이 있는 천안의 선림농원으로 가려 했지만
생산자 님을 찾는 이들, 생산자 님의 노하우를 전해야 할 곳이
전국적으로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안 그래도 시기상 배나무 방제하고 봉지 씌우기 등... 일이 많으신데
스케줄을 따로 빼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으니
아쉬운 우리가
걍 생산자님의 차를 타고 쫓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이날 김근호 생산자 님은
구례팜파크에서 열리는 '쿱액비 제조시설 준공식 및 제조 행사'에
오신 거였다.
[아이쿱홈페이지 쿱포커스 기사 링크 http://icoop.coop/?p=7962268]
그런데 쿠궁~
액 비...?
액비가 뭥미?

선임기자, 생산자 님, 국장님 셋이
액삐, 액삐... 삐삐거리며 대화를 하는데
모르는 티를 낼 수 없어서 듣고만 있었다.
모르면 물어보자, 네이버에.
액비(液肥).
액체할 때 '액'
비료할 때 '비'였다.
아, 액체로 된 거름. 물거름.
그렇다. 액비는 물거름이다.
땅의 힘(지력)을 북돋아 주고
튼실하고 맛도 좋은 생산물이 나오도록 도와 주는 천연물질이다.
화학비료를 자제하고
농약을 최소화하거나 전혀 쓰지 않는
아이쿱생산자들에게는 땅심(지력)을 받쳐 주는
천연액비가 특히나 중요하다.
농사를 잘 짓는 농사고수 채수, 과수 생산자들은 대개 자기만의 액비 제조 비법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김근호 생산자의 천연액비는
수 년 간의 실패와 도전 끝에 얻어 낸 '황금레시피'였다.
감동적인 것은 김근호 생산자가 황금레시피를 기꺼이 다른 생산자들과 공유한다는 점이다.
유기농업의 기술과 지식은 독점할 것이 아니라 나누고 퍼뜨려서
이 땅에서 지속적인 유기농업이 가능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생산자는 땅과 식물과 대화하는 사람이다.
생명을 기르는 사람의 도량은 이리도 깊을 수 있다.
내가 준공식에서 목격한 '쿱액비'가 바로 그 장면이었던 것이다.
김근호 생산자님이 개발한 자연액비 레시피와 노하우를
사회적협동조합 아이쿱생산자회(이하 '아이쿱생산자회')가 인계 받아 생산하고
아이쿱생산자 조합원들은 내년에 이를 완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10톤 분량의 통이 네 개.
구례에서 이날 제조한 양만 40톤.(채소용 30톤, 과수용 10톤)

발효는 미묘하고 섬세한 작업이다.
미생물의 상태를 계속 살피고
미생물들에게 온도가 적당한지
양분이 충분한지 과한지 부족한지
100일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며
휘저어야 한다.
액비 상단 표면부터
액비통 바닥까지
구석구석
골고루...
그렇게 100일을 지극정성 들이고 나면
이제 200일을 지그시
숙성되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는다.
사람도 먹기 힘든 300일 발효체를
우리 아이쿱의 농작물, 과일들은 먹고 있었던 것이다.
한 알의 사과, 토마토, 오이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정화수를 떠놓고 새벽 별에 기도하는 어머니 마음으로
생명을 걱정하고 보살피는 사람들이 있었다니...
눈물이 또르르...

1화 마침...
2화_<액비 단톡방> 예고
김일호: 오늘 아침 젓기 전 액비 상태입니다.
저은 후에도 활력이 없어 보입니다.

김근호: 흠... (심각한 표정으로)

류덕교: 소리가, 사이다 같은 미생물 호흡 소리가
점점...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정찬율: 이것은... 비, 비, 비상사태?!!!
BGM 빰밤빠라밤... 의학 드라마 <하얀 거탑> 주제음악... 흐르고~~~

김근호: 미생물의 바이탈사인을 체크해.
심폐소생기 준비하고...
살릴 수 있다,
살려야 한다, 나머지도 모두!
To be continued...
글, 사진 _ 임정은(아이쿱시민기자, 강서iCOOP) |